AI 시대 신입의 딜레마
요즘 Codex, Claude Code 같은 도구들과 함께하면서 개발 생산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생산성의 향상은 곧 취업 시장에 떨어질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채용 시장의 문을 뚫으려면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할까? LLM보다 신입이 더 나을 수 있는 점은 과연 뭘까?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에 참여하면서 현업 시니어 멘토들을 여러 분 만났는데,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어중간한 신입을 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돈을 들여 신입에게 월급을 주는 것보다, LLM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생산성이 회사 입장에서는 더 크다는 판단이 이미 현장에 퍼져있었다.
이런 회의감을 안고 지내던 중, 담당 엑스퍼트님과의 미팅에서 두개골을 때리는 질문 하나를 들었다.
"과연 유저를 1000명 모아본 서비스는 성공한 서비스일까?"
1000명이 쓴 서비스 vs 10명이 계속 쓰는 서비스
처음에 나는 이 질문의 의도를 몰랐다. '겨우 1000명에 만족하냐'는 뜻인가 싶어 잠깐 망설였다. 내가 만든 것치고 1000명이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닐까하는 오만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엑스퍼트님의 관점은 전혀 달랐다. 우리가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는 어떠한 '문제'가 있어서이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비스를 만든다.
1000명이 서비스에 와서 1~2번 접속하고 떠났다면, 내가 정의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옳았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유저가 10명이지만 이 10명이 계속해서 서비스로 돌아온다면?
이 계속해서 돌아오는 것을 우리는 '리텐션' 이라고 부른다. 그 10명의 유저는 직접 행동으로 '너의 해결책이 맞다' 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유저 수보다 리텐션이 훨씬 강력한 시장 적합성의 증거이다.
오버엔지니어링의 유혹
나는 백엔드를 해오면서 항상 대규모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MSA, Kafka 등, 주변의 많은 백엔드 지망생들이 선망하는 대표적인 기술 경험/스택이 있지 않는가? 채용 JD를 보아도 이런 것들을 요구하니, 자연스럽게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대규모 기술 스택은 기술 경험으로서는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정의한 문제를 풀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오버엔지니어링은 기술적 허기를 채워줄지 몰라도,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문제 정의와 판단력
AI는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다. AI가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더라도, 결정권자는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내 컨텍스트에 맞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말은 곧, 앞으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기획적인 문제 정의, UX 해결책을 탐구하는 시각, 그리고 '이게 진짜 문제인가'를 묻는 습관. 이미 FE/BE의 경계가 AI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기술 스택보다 문제를 보는 눈이 더 희소하고 가치 있는 역량이 될 것이다.
숫자가 아니라 의미로 증명하자
사용자를 1000명 모으는 서비스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10명이어도, 그 10명이 계속해서 돌아온다면 그것이 내가 정의한 문제를 풀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AI 시대에 개발자로서 살아남는 방법은, 더 많은 기술을 쌓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했다는 것을 리텐션으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가 이 질문 하나에서 얻은, 앞으로 개발 인생에 있어서의 답이다.
참고: AARRR 방법론